프리랜서 디자인 저작권, 고객은 어디까지 쓸 수 있나
읽는 시간
7
분

AI 블로그 요약
블로그 목차
팟캐스트
로고 하나 만들어 넘긴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우연히 그 로고가 찍힌 굿즈를 온라인에서 봅니다. 색을 바꾸고 글자를 붙여서 계열사 간판에도 걸려 있죠. 분명 인쇄물에 쓴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대금은 이미 받았고 계약서에는 저작권 이야기가 한 줄뿐이라, 지금 문제를 삼아도 되는지부터 헷갈립니다.
디자인 저작권의 사용 범위란 고객이 넘겨받은 결과물을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정한 경계입니다.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을 전부 넘겨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넘어가는 권리와 남는 권리가 법으로 갈려 있는데, 계약서에 적지 않으면 그 경계가 안 보일 뿐이죠.
이 글에서는 저작권을 넘겨도 따라가지 않는 권리가 무엇인지, 계약서에 무슨 문장을 넣어야 하는지, 이미 다르게 쓰이고 있다면 어떤 순서로 대응하는지 정리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계약과 정황에 따라 갈리니, 다툼이 커지면 변호사나 아래에 정리한 상담 창구를 거치시는 게 좋습니다.
돈을 냈다고 저작권이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부터 짚겠습니다. 고객이 대금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이 자동으로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저작권은 만든 사람에게 생깁니다. 넘기려면 계약서에 따로 적어야 합니다.
회사 안에서 만든 결과물은 사정이 다릅니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법인이 저작자가 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요건을 다섯 가지로 정리합니다.
법인이 작성을 기획했을 것
법인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만들었을 것
업무상 만든 것일 것
법인 명의로 공표될 것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다르게 정한 내용이 없을 것
외주 작업은 두 번째에서 걸립니다. 프리랜서는 그 회사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고객이 방향을 정해주고 비용을 댔더라도 그것만으로 요건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주 결과물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만든 사람에게 남습니다. 넘기고 싶으면 계약서에 적어야 합니다.
저작권을 넘기면 사용 권리가 넘어갑니다
저작권을 넘긴다는 건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것입니다. 복제하고, 배포하고, 전시하는 권리처럼 결과물을 실제로 쓰는 권리가 고객에게 넘어갑니다. 고객이 로고를 인쇄물과 웹에 쓰려면 이 권리를 받아야 하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프리랜서가 자주 착각합니다. 고객이 웹에 쓸 로고를 의뢰했으니 사용 권리는 당연히 넘어간 것 아니냐는 거죠.
의뢰 목적과 권리 이전은 법적으로 별개입니다. 계약서에 양도나 이용허락을 적지 않으면 고객은 로고를 받았어도 그걸 쓸 권리는 서류상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진짜 다툼은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쓰느냐에서 터집니다. 인쇄물과 웹은 애초 의뢰 목적이니 양쪽 다 당연하게 여깁니다. 문제는 명함용 로고가 굿즈로 가거나, 국내용이 해외 지사로 가거나, 원본을 뜯어고쳐 캐릭터를 만드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적어야 하는 건 쓸 수 있다 없다가 아니라 매체와 기간, 지역과 2차 활용이라는 경계선입니다.
넘겨도 따라가지 않는 두 가지
저작재산권을 통째로 넘겨도, 법이 따로 떼어두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입니다. 원작을 고쳐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 권리를 말합니다.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해도 특약이 없으면 이 권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로고를 넘겼다고 그 로고를 변형해 캐릭터나 파생 상품을 만들 권리까지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다만 컴퓨터 프로그램은 반대로 추정하니, 개발 작업은 이 문장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둘째는 저작인격권입니다. 공표할지 정하는 공표권, 이름을 표시할 성명표시권, 내용과 형식을 그대로 유지할 동일성유지권 세 가지입니다. 생활법령정보는 이 권리를 두고 양도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무효이며 포기할 수 없는 권리라고 설명합니다. 계약서에 전면 귀속을 써뒀더라도, 만든 사람 이름을 지우거나 원형을 알아보기 어렵게 고치는 문제는 별개로 남습니다.
여기에 세 번째 갈래가 있습니다. 애초에 넘기지 않고 쓰도록 허락만 하는 방법이죠.
방식 | 저작권은 누구에게 | 고객이 로고로 할 수 있는 것 |
|---|---|---|
저작재산권 양도 | 고객에게 넘어감 | 계약에 적힌 매체·기간·지역 안에서 인쇄·복제·배포. 특약 없으면 변형은 제외로 추정 |
이용허락 | 만든 사람에게 남음 | 허락받은 방법과 조건의 범위 안에서만 사용 |
이용허락은 계약서에 적힌 만큼이 범위입니다. 생활법령정보는 허락을 받은 사람이 허락받은 이용방법 및 조건의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인쇄물이라고 적었으면 인쇄물까지이고, 그 밖의 사용은 다시 이야기할 일이 됩니다.
계약서에 넣을 세 가지
경계는 계약할 때 정해야 나중에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정할 건 세 가지입니다. 무엇을 넘기는지, 어디까지 쓰는지, 고쳐도 되는지. 여기에 내 포트폴리오에 써도 되는지 한 줄을 더하면 아래 조항이 됩니다.
제O조 (저작권 및 사용 범위) 1. 본 계약으로 제작한 결과물의 저작재산권은 잔금 완납 시 갑에게 양도한다. 2. 사용 범위는 아래와 같다. - 매체: 인쇄물 및 온라인 홍보물 - 기간: 제한 없음 - 지역: 국내 3. 위 범위를 벗어나는 사용, 결과물을 변형하여 새로운 저작물을 제작하는 경우 갑은 사전에 을에게 알리고 별도로 협의한다. 4. 을은 본 결과물을 포트폴리오에 사용할 수 있다.
2항의 매체와 기간이 비어 있으면 나중에 판단할 기준이 없습니다. 3항이 2차 활용에 관한 문장인데요. 법이 이미 제외로 추정하더라도 계약서에 적어두시면 이야기를 꺼낼 근거가 분명해집니다. 4항은 포트폴리오 조항입니다. 저작권을 넘기고 나면 내 작업을 내가 못 보여주게 되는 일이 생기니, 한 줄 넣어두시면 좋아요.
계약서 뼈대 자체가 없다면 정부가 만든 서식을 가져다 쓰시면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9월 저작권 표준계약서 네 종을 내놨습니다. 비독점적 이용허락, 독점적 이용허락, 저작재산권 일부 양도, 저작재산권 전부 양도입니다. 정부 서식이 네 갈래로 나뉜다는 것 자체가 실무 기준을 보여줍니다. 양도와 이용허락 중 무엇을 하는지부터 정하고 시작한다는 것이죠.
계약서 전체를 어떻게 짜는지는 계약서에 넣을 7가지 항목에 정리해 뒀습니다.
이미 범위를 벗어났다면
벌어진 다음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바로 항의하기보다 확인부터 하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

먼저 계약서를 다시 읽습니다. 양도인지 이용허락인지, 사용 범위가 적혀 있는지, 2차 활용에 관한 문장이 있는지 봅니다. 범위가 아예 안 적혀 있다면 양쪽 다 근거가 약한 상태라, 처음 주고받은 메일이나 메시지가 무엇을 합의했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다음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연락을 보냅니다. 침해라고 단정하기 전에 어떤 경위로 쓰게 되었는지 묻는 게 낫거든요. 담당자가 바뀌면서 범위를 모른 채 쓰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때는 추가 사용료를 정하는 대화로 넘어가면 정리됩니다.
대화로 풀리지 않으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조정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조정신청서를 위원회에 내면 원칙적으로 신청일부터 3개월 이내에 조정하고, 합의가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생활법령정보는 이 효력을 두고 확정판결과 동일하며 상대가 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재판절차 없이 강제 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쓸 수 있는 창구예요.

흔한 실수 3가지
첫째, 저작권 한 줄로 끝내는 경우입니다. 저작권은 갑에게 귀속한다는 문장만 있으면 매체도 기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넘기더라도 어디까지 쓰는지는 따로 적어야 경계가 생깁니다.
둘째, 넘기지 않아도 될 것까지 넘기는 경우입니다. 고객이 필요한 것은 대개 그 용도로 쓸 권리이지 원본을 변형해 파생 상품을 만들 권리까지는 아니거든요. 전부 양도가 기본값이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라고 보시면, 2차 활용은 남겨두고 필요할 때 따로 정하는 협상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저작권 이야기를 프로젝트가 끝난 뒤로 미루는 경우입니다. 작업을 다 넘기고 나서 사용 범위를 정하려 하면, 결과물이 이미 고객 손에 있어 대화를 꺼내기가 어렵거든요. 무엇을 넘기고 어디까지 쓰는지는 착수 전 계약서에서 정하는 게 원칙입니다. 작업 범위를 문장으로 합의하는 방법은 작업 범위 소통법에서 다뤘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에게 저작권 조항은 법을 다 알아야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닙니다. 무엇을 넘기고 어디까지 쓰는지 두 가지만 적으면 대부분의 다툼은 미리 정리됩니다. 대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넘기더라도 2차 활용과 저작인격권은 따로 봐야 합니다. 오늘 당장 해보실 한 가지: 지금 진행 중인 계약서를 열어 저작권 조항에 매체와 기간이 적혀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비어 있으면 다음 계약부터 두 줄만 채우시면 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한 아티클

1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고객 문의부터 견적, 팔로업까지 영업의 반복 작업을 두들이 도와드립니다.
대금을 다 받으면 저작권도 넘어가나요?
대금 지급만으로 저작권이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외주 작업은 법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만든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라서,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만든 사람에게 남고 넘기려면 계약서에 따로 정해야 합니다.
저작권을 넘기면 고객이 마음대로 고쳐도 되나요?
저작재산권을 전부 넘겨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원작을 변형해 새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별도 협의 대상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반대로 추정하므로 개발 작업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계약서에 저작권 전면 귀속이라고 적혀 있으면 아무 말도 못 하나요?
저작인격권은 그 조항과 별개로 남습니다. 이름을 표시할 성명표시권과 내용·형식을 유지할 동일성유지권은 양도하기로 약정해도 무효이며 포기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이미 범위를 벗어나 쓰고 있는데 소송까지 가야 하나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조정을 먼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신청일부터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에 처리되며, 합의가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겨 상대가 이행하지 않을 때 별도 재판 없이 강제 집행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