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후 클라이언트가 사라졌을 때, 프로젝트 정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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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 연락 두절은 계약하고 착수한 뒤 피드백이 끊겨 프로젝트가 멈춰버린 상태입니다.
시안을 보냈습니다.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납니다. 카톡은 읽었는데 답이 없습니다. 계약금은 받았고 다음 달 일정은 이 프로젝트로 비워뒀습니다. 재촉하자니 조급해 보일 것 같습니다. 기다리자니 자리만 비어 있습니다.
견적 후 잠수와는 다릅니다. 그때는 시간만 날립니다. 지금은 받은 돈과 비워둔 일정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먼저 결론을 말씀드립니다. 이 상황을 법으로 푸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언제까지 기다릴지 정하는 기준, 재촉으로 안 보이면서 정리하는 3단계, 그리고 다음 계약서에 미리 넣을 조항 순서로 갑니다.
법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이유
민법에 클라이언트가 중간에 그만두면 손해를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잠수에는 잘 안 걸립니다. 벽이 셋입니다.
첫째, 그 조항은 클라이언트가 그만두겠다고 말해야 발동합니다.
민법 제673조는 이렇게 정합니다.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제673조). 여기서 핵심은 해제할 수 있다는 대목입니다. 클라이언트가 그만한다고 의사를 밝히는 것이 조건입니다. 잠수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라 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둘째, 계약의 성질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갈립니다.
673조는 도급계약의 조문입니다. 내 계약이 도급이 아니라 위임으로 판단되면 민법 제689조가 적용되는데, 결론이 뒤집힙니다.
도급이란?
도급은 일을 완성해 그 결과물을 넘기기로 하고, 결과물이 완성되어야 대가를 받는 계약입니다. 예를 들어 로고 디자인 시안 납품, 웹사이트 제작, 건물 시공처럼 "정해진 결과물을 만들어 넘기는" 일이 도급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운영 대행이나 자문처럼 일을 처리하는 과정 자체를 맡기는 건 위임입니다.
구분 | 도급으로 볼 때 | 위임으로 볼 때 |
|---|---|---|
근거 | 민법 제673조 | 민법 제689조 |
클라이언트가 그만두면 | 손해를 배상해야 함 | 언제든 해지 가능 |
내가 받는 것 | 쓴 비용 + 완성했다면 얻었을 이익 | 원칙적으로 없음 |
같은 상황인데 전액과 0원으로 갈립니다. 대법원은 위임계약에서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로 인해 상대방이 손해를 입어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셋째, 디자인 외주가 어느 쪽인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디자인 시안이나 웹사이트, 콘텐츠 제작을 도급으로 본 대법원 판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운영 대행이나 수정 대응처럼 결과물 인도가 아닌 일이 섞이면 위임 성질이 있다는 주장이 실제로 나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있습니다. 도급으로 인정받아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도급계약에서 일의 완성 전에 계약이 해제되면 수급인이 보수를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봅니다(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89174 판결). 이미 만든 부분이 클라이언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됩니다.
계약서가 민법보다 앞섭니다
그럼 뭘 해야 할까요. 바로 계약서에 미리 적어두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689조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당사자의 약정으로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약정에서 해지사유와 절차를 정했다면 그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해지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53265 판결).
이게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입니다. 도급이냐 위임이냐를 다투는 대신, 계약서에 언제 어떻게 끝내고 얼마를 정산할지 적어두면 그 다툼 자체를 건너뜁니다.
며칠까지 기다리나
기준이 없으면 계속 기다리게 됩니다. 참고할 숫자가 셋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업계 전문 로펌 Matchstick Legal은 마감을 짧게 두라고 권합니다. 2일에서 10일 사이입니다.
이 로펌이 예시로 드는 조항은 5일입니다. 정보나 피드백, 승인 요청에 5일 안에 응답이 없으면 작업을 멈출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들은 조항의 힘이 관계 초기에 쓰는 데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문제의 첫 징후에서 멈추는 것 자체가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30일 동안 진전이 없으면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파일을 보관 처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개하려면 재활성화 수수료를 받습니다. 여기서 15일이 더 지나면 계약이 종료됩니다.

기준 | 기간 | 무엇을 하나 |
|---|---|---|
1차 확인 | 3~5일 | 가볍게 다시 묻기 |
작업 중단 통보 | 7~10일 | 일정 회수 예고 |
이행 최고 | 14일 | 기한을 정한 서면 요구 |
해지 통보 | 최고 기한 경과 후 | 계약 종료 의사 전달 |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기준이 안 생깁니다. 계약서에 없으면 매번 눈치를 봅니다.
정리는 세 단계로 합니다
재촉처럼 안 보이는 비결은 통보가 아니라 예고입니다.
Bourn의 방식이 이 지점을 잘 보여줍니다. 30일에 보류한다면 25일에 마감이 5일 남았다고 먼저 알립니다. 45일에 종료한다면 42일에 3일 남았다고 다시 알립니다. 갑자기 끊는 게 아니라 계속 알려주는 구조입니다.
1단계, 일정 회수를 예고합니다.
안녕하세요 OO님, 지난 5/13에 보내드린 시안 관련해 다시 안내드립니다. 방향 선택을 5/27까지 주시면 예정대로 6월 일정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6월 일정이 다른 프로젝트로 배정되어 재개 시점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여기서 당신 때문에 못 하고 있다가 아니라 자리가 대기열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게 핵심입니다. Bourn도 재개된 프로젝트는 현재 작업 흐름에서 자리가 나는 대로 편성된다고 씁니다. 압박이 아니라 사실 안내입니다.
2단계, 기한을 정해 이행을 요구합니다.
앞 단계가 카톡이나 메일이었다면 여기서는 서면으로 남깁니다. 변호사들이 권하는 방식은 내용증명입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시정하거나 이행하라는 요구를 명확히 적습니다.
3단계, 해지 의사를 통보합니다.
기한이 지나도 답이 없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담아 내용증명을 다시 보냅니다. 두 번 보내는 이유는 나중에 해지가 유효했는지 다퉈질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외 계약서에는 며칠이 지나면 자동으로 종료된다는 조항이 흔합니다. 한국에서는 그대로 쓰기 어렵습니다. 이행을 최고한 뒤 기간을 주고 그래도 안 되면 해지 의사를 밝히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통지 없이 저절로 끝난다고 적어두면 나중에 효력이 다퉈집니다.
다음 계약서에 넣을 것
이번 건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다음부터 안 겪으려면 두 가지를 적어둡니다.

첫째, 클라이언트의 지연을 해지 사유로 만듭니다.
② 수요자와 공급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그 이행을 최고하고, 14일 이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본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 1. 본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한 경우 2. 수요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공급자의 위탁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의 이행을 지연하여 공급자의 계약 이행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3. 공급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용역을 거부하거나 용역 착수를 지연하여 계약 기간 내에 완성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2호가 핵심입니다. 피드백을 안 주는 것도 계약 이행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못 박습니다. 프리랜서 쪽에서 해지할 근거가 생깁니다. 3호는 반대로 프리랜서가 늦을 때 클라이언트가 해지하는 조항이라, 이 조항은 양쪽에 걸립니다.
둘째, 중단됐을 때 받을 금액을 미리 정합니다. 앞서 본 대로 도급이어도 완성 전 해제면 보수 청구가 원칙적으로 막힙니다. 금액을 계약서에 적어두면 이 문제를 피합니다.
해외에는 kill fee라는 관행이 있습니다. 착수 후 프로젝트가 취소되면 받는 돈인데, 무기한 보류도 트리거 중 하나로 나열됩니다. 프리랜서 도구를 만드는 Solowise는 착수 시점 취소면 25%, 중간이면 50%, 거의 끝났다면 75% 이상을 예시로 듭니다.
분할 결제 구조까지 함께 짜두면 더 안전합니다.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나누고 각 시점을 명확히 정해두는 방법은 미수금을 막는 3가지 구조에 정리해 뒀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소셜로 직접 문의를 받는 프리랜서는 계약서 없이 대화방에서 일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멈춘 프로젝트를 정리할 근거도 함께 없습니다. 민법에 손해배상 조항이 있긴 하지만 잠수에는 잘 걸리지 않습니다. 계약이 도급인지 위임인지에 따라 결과가 전액과 0원으로 갈립니다. 법에 기대는 대신 계약서에 적어두는 쪽이 훨씬 확실합니다. 대법원도 약정이 있으면 그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멈춰 있는 건이 있다면 일정 회수를 예고하는 메시지부터 보내세요.
오늘 당장 해보실 한 가지: 지금 답이 없는 프로젝트를 하나 골라 언제까지 기다릴지 날짜를 달력에 적어보세요. 기준이 없으면 계속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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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가 연락 두절인데 민법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쉽지 않습니다. 민법 제673조는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클라이언트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적용됩니다. 잠수는 아무 의사표시가 없어 이 조항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해지 사유와 정산 금액을 미리 적어두는 편이 확실합니다.
프리랜서 외주 계약은 도급인가요 위임인가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도급으로 본 판례가 있지만 대법원도 통상 도급의 형태라고 표현했을 뿐입니다. 디자인이나 콘텐츠 제작은 직접 판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운영 대행처럼 사무 처리가 섞이면 위임 주장이 나옵니다. 도급이면 손해배상을 받고 위임이면 원칙적으로 받지 못해 차이가 큽니다.
계약 후 클라이언트가 연락이 없으면 며칠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정해진 표준은 없지만 참고할 기준은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업계 로펌은 피드백 미응답 2~10일에 작업을 멈추라고 권합니다.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해지 조항은 이행을 최고한 뒤 14일을 줍니다. 중요한 것은 계약서에 미리 적어두는 것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매번 눈치를 보며 기다리게 됩니다.
멈춘 프로젝트를 정리할 때 어떤 순서로 하나요?
예고와 최고, 해지 통보 세 단계입니다. 먼저 일정이 언제 회수되는지 미리 알립니다. 그다음 기한을 정해 이행을 서면으로 요구합니다. 기한이 지나면 해지 의사를 담아 내용증명을 다시 보냅니다. 한국에서는 통지 없이 자동 종료되는 조항이 그대로 인정되기 어려워 이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